상담자의 인간적 자질

훌륭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 자질뿐 아니라 인간적 자질 역시 갖추어야 한다.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상담자에게는 전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상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한 가지 중요한 그릇된 생각이 있다. 내담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그 고통을 겪는 내담자라는 인간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케이스의 사람들에게 적절한 상담기법을 적용하기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것은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상담자로서 문제해결 방법을 다양하게 구비하여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성공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와 사람이 애초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어떤 인간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가 겪는 문제만 따로 떼내어 해결하려는 것은 오히려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내담자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문제의 의미와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내담자 자신의 문제해결 의지와 노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문제해결 자체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인간적 신뢰감을 주고, 내담자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적 태도를 끊임없이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상담자가 어느 정도 성숙한 개인으로서 인간적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발휘되기 힘들다. 상담자가 훌륭한 인간적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말한 이와 유사한 잘못된 생각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상담자와 전문가로서의 상담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상담자는 단순한 기법가나 기능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의사가 단순한 의료 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성직자가 단순한 종교 문제 전문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과 동일한 일치다. 상담자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내담자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내담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내담자를 성장시킬 수 있다. 상담자 자신이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유롭지 못하는 한 내담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내담자에 대한 이해와 그가 가진 문제의 해결, 내담자의 인간적 성장의 촉진 등은 상담자가 가진 전문적 지식이나 기법의 범위를 넘어서서 상담자 자신의 인간 됨됨이와 삶에 대한 태도, 끊임없이 자기를 향상하려는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으로서의 상담자는 그가 가진 전문적 지식 및 경험과 더불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적 도구 중 하나인 셈이다. 상담자가 자신의 주관적 편견과 왜곡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심리적 문제들로 인해 마음의 평화가 깨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상담자의 마음은 내담자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가장 훌륭한 검사 도구가 될 것이다. 
  상담에서 내담자는 어느 정도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물론 이는 추후의 심리적 독립을 전제로 한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의존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도움을 구한다. 이때 내담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상담자가 제공하는 문제해결 방법이나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어떤 삶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어떠한 태도나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얼마나 경험에 개방되어 있고 진솔한지 등을 관찰하고 마음에 새기게 된다. 비록 내담자가 상담자를 의식적으로 본받으려 하지 않아도 내담자는 부지불식간에 상담자에게 다양한 인간적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상담자는 자신이 내담자에게 하나의 본보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본보기로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며, 나아가 성장시키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상담자는 자기에 대한 이해와 수용,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 삶에 대한 진지함과 용기 등 제시된 것 이외에도 인간적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