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자인 프랑케나는 도덕개념을 철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할 때 세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사고를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도덕개념과 관련된 기술적이고 경험적인 탐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탐구의 목적은 도덕이라고 규정된 개념이나 관련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 서술하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탐구에는 도덕과 관련된 인간의 행위나 태도와 관련된 내용 역시 경험적으로 연구될 수도 있다. 둘째, 인간이 수행하는 행위나 내면의 태도 가운데 과연 어떠한 것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며 옳은 것인지를 규명하는 규범적 사고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이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존재이고 윤리학은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적절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에는 도덕적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적절한 이유와 근거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도덕적인 행위와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탐구하는 두 번째 문제 제기와는 달리 도덕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윤리학은 도덕에 대한 이러한 세 가지 규범적 질문들에 따라 나누어질 수 있다. 기술윤리학, 규범윤리학, 메타윤리학으로 구분된다.
기술윤리학은 인간들이 어떠한 도덕적 판단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실적 정보를 제공하자고 한다. 기술윤리학은 국가가 시행하는 정책과 관련된 규범적 판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정한 규범적 전제 없이 단지 객관적인 행동 습관이나 관례를 기술하는 도덕개념은 흔히 실증적 도덕 혹은 기술적 도덕이라고 불리는데 기술적 도덕을 주요 요구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윤리학의 하위 학문 영역이 바로 기술윤리학이다. 어떠한 도덕적 판단이 단순한 믿음이나 확신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적절한 논리적 타당성을 갖춤과 동시에 경험적으로도 타당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술윤리학이 비록 도덕적 판단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도덕적 판단의 내용과 정당성을 탐구하는 규범윤리학과 메타윤리학의 논의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규범윤리학은 도덕적 규범을 연구의 핵심적 주제로 설정하고 수많은 인간의 행위나 태도 가운데 어떠한 것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다시 말해 규범윤리학은 인간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제시할 수 있는 도덕적 진리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규범윤리학의 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 특정행위나 상태에 대한 규범적인 판단을 제시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와 같이 특정상황에서 특정행위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규범을 구축하는 작업이 규범윤리학의 핵심이다. 둘째, 규범윤리학은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내린 도덕적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적절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윤리적으로 타당하고 판다노디는 특정한 행위의 이면에 깔려 있는 가치와 논거를 고찰하는 것도 규범윤리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실제로 현실사회 무제의 해결과 관련하여 가장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은 규범윤리학이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전문가가가 주로 수행하는 윤리적 활동의 핵심은 윤리적 의사결정론이다. 그런데 이의 핵심은 사회복지사가 모색하는 여러 가지 실천대안들이 지향하거나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윤리적 가치와 원칙 사이에 규범적인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며 이러한 우선순위에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이 바로 규범윤리학인 것이다.
메타윤리학은 도덕적 행위를 단순히 기술하는 것을 넘어 도덕 그 자체에 대한 분석과 논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규범윤리학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규범윤리학은 무엇이 도덕적인 것인가라는 실용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메타윤리학은 도덕적인 것의 의미와 정당화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메타윤리학이라는 용어는 1949년에 윤리학자 에이어가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인데 그는 이 용어를 통해 사람들이 도덕적 판단을 한다고 할 때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언급하고 있다. 메타윤리학이 던지는 질문은 옳은 것, 좋은 것 그 자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에 집중된다. 따라서 '도덕적으로 옳다고 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의 차이는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등이 대표적인 메타윤리학적 질문들이다. 메타윤리학은 도덕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론적, 논리학적 질문들을 제기하는 윤리학의 하위 연구 분야인 것이다. 최근 들어 사회복지 영역이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새로운 문제와 위기집단이 출현하고 과연 이들이 사회복지가 마땅히 다루어만 할 문제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된다. 이러한 질문들을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도덕적 규범의 본질과 내용 그리고 그에 대한 정당화를 고민하게 하는 질문들이며 사회복지윤리에 대한 메타윤리학적 접근이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윤리의 새로운 경향들 특히 포스트모던 윤리학의 경우 윤리학 자체에 대한 인식론과 존재론인 메타윤리학적 지식이 없이는 이들 주장들의 본질과 쟁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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